|
지난 몇일간 아리도록 맑은 날들이 이어지다가, 어제와 오늘은 비가 왔습니다. 한창 날이 맑고, 볕이 내려쬘때는 "너무 덥다.", "비나왔으면 좋겠다." 하고 이야기하다가, 막상 비가 내리니 그 맑은 날들이 당장 그리워 지는건 역시나 사람의 심보입니다.
봄입니다. 비록 오늘은 비가 내리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1년중에 제일 좋은 때입니다.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우며, 가을도 있지만 그건 역시 약간 쓸쓸하잖아요? 봄이야말로, 특히나 이젠 여름이나 진배없는 5월, 6월이 아닌, 요즘이야 말로, 정말 좋은 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살짝 들뜹니다. 약간은 싱숭생숭해지지요. 괜스레 옆사람을 부여잡고 "놀러 나가고 싶다아~"하고 투정을 부리게 되는 때가 요즘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조적인 잡담들. "날씨가 좋으면 뭐하나~ 나가지도 못하는데", "직장인이 별 수 있어". 사실 이렇게 맑은 날이라도 나가서 놀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 없겠지요. 저도 돌이켜 보면 학생때는 공부와 시험에 지쳐서 창밖을 내다봤었고, 직장인이 된 지금도 식사후에 잠시 산책나가는것 정도가 전부입니다. 상상속에 그리는 것처럼, 도시락을 싸들고 바깥을 거니는 것 같은 것은 역시나 약간은 무리이지요.
그래도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이런 날들이 여전히 내게 소중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1년중에 몇번 안되는 찬란히 맑은 날이니까, 그리고 그 맑은 날에도 나갈 기회는 그리 잦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중에 언젠가 내가, 따듯한 사람들과 함께나갈 나들이가 더욱더 소중해지는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마 매일이 오늘같이 맑고, 언제나 느긋하게 시간이 난다면, 결국은 아무것도 신나지 않고, 아무것도 우리를 설레게 하지 않겠지요.
오늘은 비가 옵니다. 내일 설사 날이 맑더라도 아마도 나는 소풍을 못나갈테고, 몇일 뒤 활짝 갠 하늘을 돌아와도, 여전히 창밖을 그리워만 할겁니다. 그래도 이 쌓이는 그리움과 아쉬움들이 언젠가 당신과 함께 나갈 그 봄날의 소풍을 더욱 더 소중하게 귀중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꽤 괜찮습니다.
언젠가 날이 맑고, 당신과 내가 그럴 수 있다면, 우리 봄날에 소풍을 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