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밤. 한가하게 집안을 어슬렁거리다가 TV에서 나오는 '취재파일4321' 이라는 TV프로를 살짝 보게 되었다. 특목고에 진학하려고 초등학생때부터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루는 다큐인데 그중 한 인터뷰가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의 인터뷰
"엄마가 과학고가서, 서울대 의대로 가서 의사가 되라고. 이비인후과 의사가"
조금 과격한 표현을 쓰겠다. '미친거'아니냐. 그 엄마? 4학년. 아마도 11살인가? 11살짜리에게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란다. 전공까지 정해준다. '이비인후과'란다. 옹알이를 끝내고 세상을 배워나가는 10살 갓넘은 아이에게 너는 커서 '이비인후과 의사'가 되라는 소리를 할 수 있는 그 과격함과 무식함에 놀라움을 넘어서서 경악을 하게한다.
그 뒤로도 나오는 많은 현상과 행태들. '초등학생'을 위한 '경기과학고반', '한성과학고반' 그리고 그런 영재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 두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자식을 태워서 학원을 보내는 부모들과 그 멋진 학원의 멋진 수강료들.
참슬프더라. 한 가정이 만들어지고, 아이는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부모로부터 명령받고, 기대받고 원망받고, 부모는 그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위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할것이 너무나도 선명히 보였다.
몇십만원을 넘어서는 학원비를 위해 힘겨워할 가장 대치동에서 학원을 보내기위해 방학 두달동안 아이와 함께 원룸에서 보내는 엄마 많은 기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눈떠서 잘때까지 학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
아마도 끝은 그 아이가 대학에 진학할 때 쯤에나 끝나겠지. 그 사이에는 어떤 행복이 있을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해 할까? 하나의 목표가 주어지고 그때까지 그것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정의 모습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그 비장함이 비참하게 슬프다.
행복할 방법을 찾기는 참 힘들다. 나는 내가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바램같으면 아이를 앉혀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가며 직접 가르치고 같이 자라나고 싶지만, 나 역시 일과 세상에 끌려가 쉽사리 그런 시간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다. 특공대 처럼 달려가는 다른 부모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기도 할테고, 어쩌면 슬프게도 이토록 비난했던 그 학원으로 아이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가지만은 지켜야지. 열몇살 된 아이에게 '이비인후과 의사가 되라'라는 말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 '니가 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찾아라' 라고 이야기 해야지. 그것을 위해 힘쓰는 것은 절대 부끄럽지 않을것 같다. 수없이 혀를 끌끌차며 보았던 TV의 인터뷰들 사이에서 한 중학생 아이의 인터뷰만은 그래도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 "제꿈은 과학자인데요, 그래서 과학고에 가고 싶어요" 내 아이에게 "내꿈은."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 되자. 부디. 제발.
P.S 열받아서 간만에 퇴고없이 두서없이 쓴다. 아우 정말;; 써놓고 보니 뭔소리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