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기숙사에서 황우석 박사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얼마전 연구발표로 다시한번 국민적 인기를 얻게된 황우석 박사님이었기에 강연장은 말 그대로 사람들로 터져나갈 듯 했습니다. 대략 두시간동안 그의 강연을 보며 이것저것 여러가지 잡상이 떠올랐기에 적어둡니다.
잡상1. 그의 국민적인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그 인기가 너무나도 일방적이고 열광적이어서, 과열을 경계를 하는 이들도 꽤나 있다. 나 역시 약간은 경계하는 편의 입장이었으나, 이 강연을 보려고 이 구석진 기숙사까지 찾아온 조그만 고등학생들을 보고 차라리 그가 지금보다 좀 더 인기를 끌었으면 했다.
그네들이야 아마 어떤 거창한 마음가짐보다는 유명한 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얼굴한번 보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려는 마음도 꽤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라.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몇몇되지 않는 과학자 영웅이다. 우리가 가수나 배우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스포츠 선수를 보며 열광했듯 과학자를 보고 그렇게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땅에서 이공계란 열심히 일하고, 대접은 그닥 받지 못하는 말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비록 그가 아닐지라도 과학을 공부해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역할 모델이 나와준다면 참 좋겠다. 부와 명예가 아니더라도 과학자란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하는 구나 하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이런 몇몇 모델이 현실의 참담함을 덮기 위한 유인책으로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모델로서가 바른 방향이겠지만.
잡상2. 그가 그토록 열심히 연구하는 것은 그의 학구열과 명예욕등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동기는 그가 등에 업고 있는 수많은 아픈자들의 기대와 소망인 것 같다.
그의 책상에 놓여져 있는 얼굴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환자의 웃는 사진. 아마도 매일 아침 책상에서 그것을 바라본다면 도저히 자신을 나태해지게 허락하지 못할 거 같다. 그는 그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희망을 쥐었고, 그들을 위해 연구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가진 사명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나는 그의 사명 그 자체보다는 "나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자신에 대한 확신과 앎이 부러웠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잡상3. 그의 연구실에서 난자에 핵을 치환하는 해냈다는 그 여자학생은 지방대 출신이라고 그가 말했다.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오려는 자신의 연구실에 지방대 출신인 그녀가 들어오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 하지 않았고, 그의 연구실에서 2년동안 잡일을 하면서 버텼다. 입학허가가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억척같이 연구실에 나와, 가장먼서 나오고, 가장 늦게 들어갔다고 한다.
허드렛일로 가득했던 2년. 철저한 보안을 중요시했던 그의 연구실이었으니 만큼 제대로된 석사생도 아니었던 그녀는 아마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상당히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꽤나 서러웠을 것 같다.
그런 그녀는 결국 3년째 드디어 그의 연구실로 입학했으며, 제일 먼저 난자 핵치환을 해내었다. 그리고 지금은 황우석 교수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고 표현하는 애제자가 되었다.
나는 그녀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강렬한 확신이 있는가?
그녀의 열정이 참으로 부럽다.
2년의 인고에도 사그라 들지 않을 그런 열망은 과연 어떤 것일까?
P.S 그는 꽤나 강연에 능한 사람이었다. 재미가 있었고, 나름의 위트도 훌륭했다. 대중을 위한 과학자로 나서도 될만했다. 한국에도 리처드 파인만이 나올 수 있을까?
P.S2 그의 연구실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월화수목금금금'과 '전원 새벽 4시 출근 일요일은 6시 출근' 등의 이야기는 일반에게 '열정가득한'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막상 대학원에 있는 나로서는 '애들을 잡는' 좀 과장하게 말한다면 '착취에 막먹는'으로 까지 들린다. 물론 막상 그의 연구실에 있지 않으니 어떤쪽인지야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