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게 산다고 생각해도, 가끔은 몸이 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피곤하지도 않은데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모두 내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버스에서 멍해지기도 하고, 좋은 날씨에 괜히 눈가가 시리다.
여러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태어나서 가장 술자리가 많은 한달을 보내보기도 하고, 제일 많은 노래를 들은 일주일을 보내기도 한다. 어려운 회사사정 이야기를 심각하게 나누는 동료들 사이에도 끼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내게 지금 가장 큰 응어리는 그것이
아니구나. 그런 것을 느낀다.
인생을 리셋한 기분이 든다. 당했다는 기분 쪽이 좀 더 심경에 가깝다. 깔끔한 시작이 아니라 쌓아온 것이 무너진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살 것을 알고, 그래도 어떻게든 해 나갈 것은 알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아직 상상 조차 할 수 없고, 그렇게 그냥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한다.
바뀌어 간다.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이, 이제 당신이 없는 시간과 닿으며 나를 변하게 한다.
여전히 당신은 내게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