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날을 기억합니다. 커피란 달고 맛있는 것인 줄만 알고 있어서 언제나 시럽이 잔뜩 들어간 카페모카나 카페라떼를 마시곤 하던 저였습니다만, 그 날은 어찌하여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랬습니다. 커피란 단 것 아니냐, 이렇게 쓴 것을 왜 마시냐 싶었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가, 입가에 감도는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다시 잔을 들고 몇 모금을 더 마셨습니다. 깊은 숨 한번, 얕은 커피 한 모금. 그리고 흐르는 시간.
잔을 내려놓고 몸을 의자에 묻히고 생각했습니다. 나쁘지 않구나. 이런 것도 괜찮겠구나. 잔잔히 들리는 카페의 음악소리. 조용한 오후의 나른함. 기지개펴는 느긋함으로 다시 한 모금씩
머금습니다. 다 비운 커피 잔을 내려 놓으며 알게됩니다. 아.. 사실 커피는 이리 쓰고도 담백한 것이구나. 우유와 시럽으로 겹겹히 단맛이 덮힌 커피만을 마셔와서 몰랐구나.
어렸던 나날, 사랑도 단맛인줄 알았습니다.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난 일로만 가득한 그런 세상인줄로 알았습니다. 신나고 어지럽던 시간이 가고, 두 사람 다 서로의 잔잔함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 오면, 그 때쯤에 깨닫게 되지요. 아마도 사랑도 아메리카노 같은 것이 겠거니 하고요. 쓴맛과 담백함과 그 뒤에 오는 평온이 사실은 사랑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일도 바쁜 회사 생활일테지만, 잠시 회사를 빠져나가 카페에 가야겠습니다.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