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용한 오후에
4월 이야기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당시.
이 영화를 봤을때 내 나이는 갓 스무살이 되었을 때였다. 시골에서 막 상경한 약간은 어리숙한 소년이었던 나는 아직도 이곳의 번화함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시기였고, 중고등학교를 통틀어 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억이 한손으로 꼽을 수 있었을 정도였었다. 그런 내가 이번 주말에는 서울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자고 맘 먹었던 것은 굉장히 의외인 일이었고 또 도전인 일이었다.
꽤나 사람이 많이 붐비던 강변역에서 내려 극장을 찾아나섰다. 극장이란건 의례 지상 1층, 또는 지하 1층정도에 존재하는, 그리고 한번에 영화가 하나가 상영하는 그러한 곳이라는 인식과 달리, 이곳의 영화관은 무려 건물의 최상층에 있었고, 거기다가 여러개의 영화가 한꺼번에 상영한다는 건,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꽤나 놀라웠다.
매표관에서 표를 끊기위해 돈을 내미는데에도 마치 모험을 하는 아이와 같이 두근거렸었고, 그렇게 받아본 표가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다. 자리를 찾지못해 한참을 두리번 거렸었고, 자리에 찾아앉았을때는 묘한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극장의 불이 꺼지던 그 순간은 또 어찌나 설레던지.. 어쩐지 정말로 도시에 온것 같아. 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때.
그때 봤던 그 영화가 바로 '4월이야기'였다. 어째서 이 영화를 고르게 됐었는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안난다. 그저. 4월이니까. 라는 기분으로 봤던거 같기도 하다. TV에서 꽤 많이 광고를 하기도 했고, 러브레터를 꽤나 여러번 봤던 나로선 이와이슌지 감독이라는 말에 끌리기도 했다. 꽤나 여러이유가 생각나지만 정확히 뭐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첫번째 보는 영화라면 왠지 저런 분위기의 영화를 보고 싶어. 라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시골에서 상경한 여주인공. 자신과는 꽤나 다른 세상. 지는 벚꽃. 오후의 햇살. 처음보는 거리, 새로 지내게된 집, 낯선 친구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렸던 사람.
짧은 영화였다. 한시간정도밖에 안되었으니까. 뭔가
이야기가 시작되려다가 끝난다는 느낌으로 영화는 스텝롤이 올라가버렸고, 왠지 아까운 기분에 자리에 조금 더 앉아 있었던거 같다... 왠지 저 기분 알듯도하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영화라는 것에 굉장히 거창한 의미를 기대하고 들어섰던 나에게는 역시 이런 소소한 느낌은 조금 아쉽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지난 주 어느 아침. 학교로 걸어가든 그 좁은 길에서, 바람에 길가의 벗나무들은 꽃잎을 떨어뜨렸고, 하늘하늘 떨어지던 하얀 조각은 내 손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귀에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 때부터 갑자기 내가 5년전에 봤던 4월이야기가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흐드러지는 벚꽃과 따뜻한 햇살. 기억나는 것은 단지 이 두가지뿐.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생각이 떠오른다. 영화속에서 흐르던 느낌과 음악들이 내 일상에 오버랩되며 그리운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여자주인공은 그런 느낌이었을까? 자꾸 궁금해하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왠지 아련하다.
그랬다. 그때의 나는 영화속 여자주인공처럼. 어렸고, 두근거렸다. 그녀 처럼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멋모르는 도시로 올라왔으며, 두려움과 호기심 모두를 가진채 조금씩 내 주변의 세상을 접해나가며 조심스럽게 적응해 나가던 시기였다. 눈물이 날만큼 닮았던 이야기 였다. 어째서 영화를 보던 그때는 몰랐을까? 어째서 이렇게나 한참이 지나서야 생각이 나는걸까. 어째서 그리고 이렇게나 마음이 답답한걸까? 그리운걸까?
어딘지 잘 모르는 곳에 보관된 옛날에 찍은 사진처럼, 오랜세월동안 보지 않다가 어느순간 기억이 나버린, 그래서 너무 너무 그립지만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난다. 내 어리던 모습에 대한 그리움. 이 영화가 그려내고 있던 느낌과 그러한 영화를 극장에서 두근거리며 바라보고 있던 나에 대한 그리움. 그것들이 내 가슴에 가득차서 나를 자꾸 설레고 아쉽게 한다.
여운이라는 것은. 때로 5년이 지나고 나서 퍼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