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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회사를 가려고 현관에 섰을 때였습니다. 꽤나 여럿이서 사는 집이라 아침시간에 현관은 모두의 신발이 뒤섞여 꽤나 어수선합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잔뜩 널부러져 있는 신들 사이에서 제 슬리퍼를 찾았습니다. 어제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신고갔던 운동화대신 슬리퍼로 갈아신고 집으로 돌아왔었거든요.
분명 제 슬리퍼가 있기는 한데, 이거 참. 똑같이 생긴 것들이 두 켤래는 더 있습니다. 아마 다른 녀석들도 슬리퍼를 신고 돌아왔나 봅니다. 회사 근처에서 신발을 살만한 곳도 빤한 데다가, 거기서 파는 슬리퍼 종류는 한 종류. 모두 같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군요. 뭐 별 수 없죠. 하나씩 신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음 이건 발가락 닿는 부분의 느낌이 다르고, 음.. 이건 뒤꿈치부분이 제것보다 쑥 들어갔군요. 아. 이것입니다. 제 발모양과 딱 맞는 느낌. 모두들 같은 사이즈에 똑같이 생긴 모양이지만, 어느것이 제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회사로 걸어오는 중, 문뜩 뇌리를 때리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별것아닌 슬리퍼에도 내가 남아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똑같이 만들어져 내게로 온 것이었지만, 지난 시간 나와 맞닿으며, 그 위에 나의 굴곡이 세겨졌습니다. 나의 엄지발가락 생김새.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평평한 바닥부분, 넙적한 뒤꿈치. 내가 닿는 모든 것에 내가 남겨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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