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어제 지방에서 동생이 올라왔습니다. 사범대학을 다가오는 8월에 졸업하는 동생은, 앞으로 남은 한해 동안 서울에서 교원임용고사를 준비할 것입니다. 제가 서울에 살고 있으니 제 오피스텔에서 같이 지내기로 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무슨 사람이 이리 많냐며 투덜대기 시작한 동생입니다만, 제 눈엔 참 귀엽습니다. 오피스텔에 가방을 던져놓자마자, 배고프다고 두 형제는 피자를 시켜먹고 방바닥에 널부려져 쉬었습니다. 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고, 정리해놓은 방은 순식간에 어지러워졌지만, 복닥복닥하니 좋습니다.

동생은 어젯밤에 서울에 아는 형이랑 약속이 있다며 외출을 했습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 형네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며 서울온 첫날부터 외박입니다. 덕분에 일요일 오전 제 오피스텔은 언제나의 주말처럼 저 혼자 앉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나처럼 그렇게 적적하지 않습니다. 적적함을 못이겨 외출을 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몇시간이 지나면 동생은 간밤의 술로 약간은 피곤한 모습으로 돌아올테고, 나는 같이 먹을 늦은 점심을 준비할 것입니다. 아마 약간 분주해질겁니다.

그동안 이곳은 그냥 밤에 돌아와 눈을 붙이던 곳이었습니다. 이제 누군가가 돌아올 곳이 되었습니다.

비로소 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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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지요. 나도 담주에 엄마가 타주는 미숫가루 먹으러 집으로 고고할겁니당!
2010/06/26 15:51
그렇지만 동생녀석이 말을 잘 안듣습니다 흑 ㅜㅜ
공부를 열심히 해주면 좋으련만

2010/06/29 10:50

ym.lee
함께라는것은 행복이지만 그만큼 고통도 따르지요~. 그래도 두 형제가 보기 좋더이다. ㅎ 여튼 엄마노릇하느라 고생 많소~ 허허허,ㅎㅎ

글을 여기만 쓰는게 아닌가봐? 그때 커피숍에서 쓴거 다시읽어보려구 왓는데 없네.~ ㅎ
2010/07/04 22:57
아 전에 쓰던건 정말 신변 잡기 쓰는 메모장 같은거야 외부로 공개는 안되는~ ㅎㅎ

2010/07/06 15:01


어영부영 29살이 끝나갑니다. 올해를 시작하는 시기엔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네요. 20대의 마지막 1년이나 많은 것을 해야지. 이런것도 저런것도 해야지. 평소보다 더 많은 결심과 시작한 한해였는데 벌써 12월도 끝에 다가왔습니다. 12월은 유난히 아픈일이 많아서 주말에는 집에 아무도 없는 집에 앉아 멍하니 보낸 일이 많았습니다.

조용한 집 거실 소파에 자리잡고 올 한해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이루고자했던 것보다, 흩어져버린 것들이 더 많은 한해였습니다. 많은 소중한 것들이 사라졌고, 달아나버렸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몰려옵니다. 내가 가진 것들이 덧없고, 가지려는 것들 조차 가치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난 이제 조금 있으면 서른인데. 무엇을 가진 걸까요.

아픈 몸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그래서인지, 마음이 바닥에 내려앉으려 할 때 쯤에 갑자기 바깥이 환해졌습니다. 오늘 눈을 뿌리느라 하늘에 가득차 있던 구름이 조금씩 밀려나나 봅니다. 햇살이 드리웁니다. 볕이 잘 안드는 아파트 1층집 거실이지만, 오후 네시 이 맘 때만은 깊은 햇살이 들어오나 봅니다. 그리고, 베란다에 펼쳐놓은 블라인드에 어른어른 무언가가 나타납니다.


그림자였습니다. 1층집이라 아파트 화단에 심어놓은 정원수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오후의 누은 햇살이, 나무를 블라인드에 얹고 수묵화 한폭을 그립니다. 지나가는 구름에 맞춰, 진해졌다, 옅어졌다, 흩어졌다, 뭉치길 반복하며, 베란다 창가에 그림 한폭을 그립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할 길과, 가져야할 단호함과, 그러면서 버려야할 것들을 생각하며 심란해져 있던 나는, 잠시 멍해지고, 그리고 이내 감탄해버리고 맙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바른 길인가? 그런 큰 문제들은 확실히 존재합니다. 남들과 같기 위해, 남들보다 뛰어나기 위해 가지려하는 고통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남보다 나를 보고 싶습니다. 그래요. 나는 블라인드에 비치는 그림자에 감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돈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다른 가치를 볼 수 있고, 보고 싶습니다. 아직 그럴 수 있는 한 최대한 그러고 싶습니다. 아직은 마음으로 수묵화 한장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게 서른을 맞이하는 29살의 마지막 달의 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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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한폭의 그림이군요. ^^
서른, 잘 맞고 계신지요..
2010/03/25 23:04
앗 inuit님께서 직접 들려주시다니 이런 영광이~
서른 어느정도 잘 맞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또 시작을 할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구요
블로그의 최대미덕은 꾸준함인데 부끄럽네요.
서른 겸해서 블로그도 잘 되살려볼 예정입니다.^^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03/28 17:39

Vega
와우~안녕하세요. 저 일요일날 북콘서트때 뵜던 정재영입니다 :> 기억하시려나요?(기계전공..ㅋ)
알고보니 명함을 못받아서 아쉬웠었는데 트위터에서 보고 언능 왔습니다ㅋ 그날 혼자가서 어리~하게 있었는데 편하게 대해주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참 TED관련 국내 모임도 참여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재밌을것 같네요ㅋ
2010/04/06 00:01
네 기억하고 말구요^^
그때 명함을 못드렸군요 흑~
TED나 이런 모임을 주최하는 쪽은 아니고
그냥 열심히 출석만 하고 있는 쪽입니다. ㅎㅎ
그렇잖아도 다음주 월요일에 CCK에서 주최하는 세미나가 있습니다.
http://is.gd/b6nuI 여기니까 한번 챙겨보세용^^

2010/04/07 10:31

블로그는 이십대까지만 쓰시나요? ㅎㅎ
댓글은 2010년인데 '-'aaa
트위터로 옮기셨나 ㅎㅎ
2010/06/10 19:51


당신은 그 많은 외로움을 어쩌십니까?
추운 겨울 집으로 돌아가는 역과 집사이 짧은 거리에도
울리지 않고, 걸곳도 없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느껴지는
찬 공기보다 폐속에 가득해지는 그 먹먹함들을 어쩌십니까?

당신은 그 많은 외로움을 어쩌십니까?
토요일 늦은 외출, 해지는 하늘 아래 늘어지는 그림자를 무심하게 밟아가다,
결국 이어폰을 끼고 세상을 조금 외면할 때 느껴지는
발길에 툭툭차이는 그 아쉬움들을 어쩌십니까?

입술을 깨물고, 참으려 해보았지만
어쩌지를 못해서 이렇게 말로 글로
넘치듯 담아내고야 마는데,
당신은 그 많은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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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게 산다고 생각해도, 가끔은 몸이 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피곤하지도 않은데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모두 내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버스에서 멍해지기도 하고, 좋은 날씨에 괜히 눈가가 시리다.

여러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태어나서 가장 술자리가 많은 한달을 보내보기도 하고, 제일 많은 노래를 들은 일주일을 보내기도 한다. 어려운 회사사정 이야기를 심각하게 나누는 동료들 사이에도 끼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내게 지금 가장 큰 응어리는 그것이 아니구나. 그런 것을 느낀다.

인생을 리셋한 기분이 든다. 당했다는 기분 쪽이 좀 더 심경에 가깝다. 깔끔한 시작이 아니라 쌓아온 것이 무너진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살 것을 알고, 그래도 어떻게든 해 나갈 것은 알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아직 상상 조차 할 수 없고, 그렇게 그냥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한다.

바뀌어 간다.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이, 이제 당신이 없는 시간과 닿으며 나를 변하게 한다.
여전히 당신은 내게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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